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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공학 박사가 도박 사이트 개발, 4조7000억 판돈 굴린 조직

도박과 성 착취물 사이트를 직접 만들어 줄 유능한 개발자를 찾는다.”
스스로 ‘누리’라는 별칭을 지은 한 폭력조직 부두목(54)은 주변에 수소문한 끝에 2019년 8월경 ‘시몬황’이라는 별칭을 쓰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36)를 만났다. 시몬황은 지역 국립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따고 개발 관련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누리의 목표는 도박과 성 착취물 사이트를 모두 거느린 ‘솔루션 기업’을 만드는 것이었다. 통상 성 착취물 사이트는 다른 도박 사이트에 돈을 받고 광고를 실어주는 식으로 영업하는데, 두 업종을 수직 계열화하기로 한 것. 경찰 수사 결과 누리와 시몬황이 이렇게 구축한 도박 사이트에서 약 7년간 오간 판돈은 4조 원대로 조사됐다.
● 도박-성 착취물 사이트 동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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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3대는 도박과 성 착취물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도박장 개설 등)로 시몬황과 필리핀 현지 운영책(40)을 검거해 전날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2019년 8월 도박 솔루션 기업 ‘아가글로벌’을 설립한 뒤 도박 사이트 18개를 만들었다. 그중 2개는 직접 운영하고 16개는 다른 조직에 팔았다. 이들이 만든 도박 사이트에서 오간 판돈은 4조7734억 원으로, 충전 수수료로 챙긴 수익만 476억 원에 달했다.
이들이 도박 사이트를 거대 규모로 키워낼 수 있었던 건 성 착취물 사이트 등을 홍보 목적으로 만들어 도박꾼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종전엔 도박과 성 착취물 사이트는 광고비를 주고받는 수준의 공생 관계였지만, 누리 일당은 관리책과 개발팀, 음란물팀, 도박팀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기업형으로 조직을 꾸렸다.
누리 조직이 만든 홍보 사이트는 총 10개였다. 이 가운데 아동 성 착취물과 불법 촬영물 등이 올라온 ‘OO코리아’ 등 2곳의 가입 계정은 285만 개였고, 게시된 영상물 11만 건의 조회 수는 53억 회가 넘었다. 이들은 판돈을 돌려주지 않고 달아나는 이른바 ‘먹튀’ 도박 사이트를 제보하는 커뮤니티도 운영했다.
또 불법 웹툰을 공유하는 도박 홍보 사이트도 따로 운영했다. 이숙영 서울청 사이버수사3대장은 “해외 체류 중인 누리 등 공범 13명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 ‘음란물 포털’까지 등장, 차단율은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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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누리 조직이 운영한 불법 사이트를 4일 폐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2일 차단된 사이트명을 검색해 보니 여전히 접속 가능한 유사 사이트가 수십 개 나타났다. 사이트 상단엔 도박 사이트 배너 광고가, 하단엔 성 착취물과 불법 촬영물이 있었다. 경찰은 이들 사이트도 누리 조직처럼 단일 조직이 동시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한다. 이런 불법 사이트가 성행하자 여러 사이트의 링크를 모아 정리하고 순위까지 매겨주는 ‘불법 사이트 포털’까지 생겨났다.
불법 사이트가 횡행하지만 차단이나 삭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실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불법 도박 사이트의 신고 대비 차단율은 2022년 73.2%에서 지난해 45.6%로 낮아졌다. 성평등가족부가 발간한 ‘2025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촬영물의 피해자 등이 삭제를 요청했지만 사이트 측이 불응한 비율은 2024년 24.7%에서 지난해 28.5%로 높아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이트를 차단해도 인터넷 주소의 뒷자리 숫자만 바꿔 새 사이트를 만드는 수법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서버를 확보하지 않는 한 완전 폐쇄는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사이트 운영을 도운 서버 업체까지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한호 원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 사이트 반복 재생산을 막으려면 서버와 인터넷 주소를 제공하는 업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청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성평등가족부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협의체는 이달 중 불법 사이트 추적·수사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성인PC 운영방식 · 진상/신고 대처 방안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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