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으로
뉴스
모르는 ‘윤OO: 20만원’ 입금 뒤…‘묶인 통장’ 풀기 위한 고난이 시작됐다

ㄱ씨(60대)는 지난 6월 초 주거래은행 계좌에 ‘윤○○’ 이름으로 20만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곧이어 계좌에는 ‘불법도박계좌’, ‘큐비236’ 등 이름으로 각각 100원, 200원이 입금됐다. ㄱ씨는 이튿날 경찰과 은행 금융사기 콜센터 등에 이런 사실을 알리며 ‘오입금 반환’ 신청을 했다.
영문을 알 수 없어 불안했다.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이 돈이 한 모바일페이 서비스를 통해 입금된 사실을 은행 콜센터에서 확인하고, 모바일페이 고객센터에 물었다. 돌아온 답은 불안만 키웠다. 상담원은 ㄱ씨에게 “윤○○ 연락처를 알려줄 테니 20만원을 직접 돌려주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ㄱ씨는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돈을 돌려줬다가 괜히 엉뚱한 일에 연루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거절했다.
불안은 현실이 됐다. 한달여 뒤인 7월9일 ㄱ씨가 평소 이용하던 증권사 한곳에서 ‘전자금융거래가 제한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시작일 뿐이었다. 증권사는 물론 은행에 이르기까지 ㄱ씨가 ‘이용 중인 모든 금융 계좌’에서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체 등이 불가능해졌다. 소위 ‘통장묶기’ 범죄 피해를 본 것이다. 관세사로 일하며 일상적으로 온라인 뱅킹을 해야 하는 ㄱ씨는 업무에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 등을 최대한 보전해 피해자에게 돌려주려는 선의에서 시작된 ‘사기 이용 계좌 지급정지 제도’를 악용한 ‘통장묶기’ 범죄와 피해가 횡행하고 있다. 범죄 일당이 범죄 자금 일부를 입금해 애먼 일반 시민의 통장을 정지시키는 수법이다. 지난 1년(2025년 5월~2026년 5월) 범죄에 연루돼 정지된 계좌가 주요 5대 은행에서만 14만9천여건에 이른다. ㄱ씨처럼 황당한 통장묶기 피해도 적잖게 포함됐을 거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주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후원계좌가 통장묶기 피해를 보기도 했다. 범행 동기는 가해자들을 붙잡기 전까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지급정지 해제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협박형’이나, 실제 범죄에 이용할 계좌를 물색하는 ‘미끼형’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문제는 당장 계좌가 정지된 피해자들이다. 직접 발 벗고 나서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ㄱ씨는 은행 고객센터와 경찰, 금융감독원 등에 수차례 문의하고서야 자신에게 20만원을 입금한 윤○○ 명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 자금을 주고받는 ‘대포통장’인 걸 파악했다. 윤○○ 계좌와 관련된 보이스피싱 피해자 신고를 받은 은행이 ㄱ씨 계좌까지 지급정지를 했고, 금융감독원도 ㄱ씨를 전자금융거래 제한 대상자로 지정한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ㄱ씨가 모바일페이 고객센터 상담원의 “20만원을 직접 돌려주라”는 설명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만약 알 수 없는 이들이 보낸 돈을 어디론가 송금했다면, ㄱ씨도 꼼짝없이 범죄 자금 세탁에 가담한 꼴이 될 뻔했다.
피해가 지속하자 금감원은 지난 5월 통장묶기 피해자가 이의제기할 경우 금융회사는 5영업일 이내에 심의 결과를 통보하도록 하는 등 관련 업무 절차를 간소화했다. ㄱ씨는 경찰에 소명한 끝에 “범죄에 가담한 혐의 정황이 없다”는 의견을 담은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받았고, 이를 근거로 은행에 이의 신청을 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ㄱ씨에 대한 전자금융거래 제한 조처를 해제한 건 10여일이 지나서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심의 기간 외에 자료 제출에 걸리는 시간도 있다”며 “업무 절차 간소화 뒤 각 은행에 이의제기 신청이 몰린 면이 있고, 개별 사례마다 서류 검토 및 보완 등에 실제 소요되는 시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통장묶기로 한달 넘게 진땀을 뺀 ㄱ씨는 자신 같은 피해를 줄일 방안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ㄱ씨는 “관세사로 업무상 쌓은 금융 관련 지식이 적지 않은데도 피해에서 벗어나는 데 한달 이상이 걸렸다. 다른 피해자에게는 더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통장묶기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공탁할 경우 지급정지를 즉시 풀어주는 등 법 제도가 보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인PC 운영방식 · 진상/신고 대처 방안 문의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